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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noble, France

Grenoble 도착일지

그르노블 도착기

1월 11일 토요일 아침 10시 15분 에어프랑스 항공을 타고 출발

아빠와 새벽 6시 반에 출발했지만, 도착해서 여유롭게 아침 먹고 멀티탭 등을 사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했다.

눈물로 작별인사를 하고 보안수속 줄에 섰는데, 보안대 바로 앞에가서야 생각이 난 사실.

기내 반입이 안 되는 100ml 이상의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을 기내 캐리어 안에 넣었다는 것! 바보다 진짜 ㅋㅋㅋㅋ

결국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봉지째 건내고, 다시 보안수속을 밟았다.

그 난리를 피우고 보니 보딩 마감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초조하게 줄서서 셔틀을 타고, 탑승구가 있는 층까지 캐리어를 들고 냅다 뛰었다.

내가 꺼운 패딩을 입고 땀을 흘리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였다. 앞으로 다가올 고생을 암시했던 순간.





서울에서 파리까지 직항. 총 12시간의 비행을 했다.

어릴 땐 비행기 타는 게 마냥 신나고 좋았는데

이제 피부는 건조하고, 엉덩이는 쑤시고, 다리가 퉁퉁 붓는 것이 참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내식을 두 번 먹었는데  내리기 직전의 기내식 (미트볼 파스타였다)는 어쩜 그리 맛이 없는지

그대로 남겨서 나중에 리옹까지 가는데 배가 고팠다. 





프랑스 항공사여서 그런가? 음료로 레드와인을 부탁했더니 미니 사이즈긴 하지만 이렇게 병째로 준다!

비행 중 두 번에 나눠서 홀짝홀짝. 샴페인을 비롯해 각종 식전주들도 많았는데
계속  술 달라고 하기가 눈치보여서 그럴 수 없었다ㅠㅠ

나중에 출국할 때는 이것저것 마저 도전해 봐야지!



첫 치즈.  맛없다.




심심해서 한 행맨게임ㅋㅋㅋㅋㅋㅋ 계속 하다보니 같은 단어 반복...

꼭 보고싶었던 몬스터대학교도 보고, 블루자스민도 봤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내려서 약 1시간 반 만에 리옹 행 TGV를 타야했다.

그런데 예매 내역에는 어느 터미널로 가서 리옹가는 기차를 타라고 나와있을 뿐,

어디에서 티켓을 받아야 하는지 나와있지 않고, 표시된 터미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누누히 말하겠지만 여자 혼자 꽉 채운 이민가방과 캐리어, 백팩을 매고 다닌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짐이 무겁고 신경이 곤두서서였을까. 터미널에서 얼른 표를 티켓팅하지 못했고, 겨우 찾아간 곳에서도

경비원의 잘못된 정보와 행정직원의 실수, 느긋함 때문에 결국 원래보다 한 시간 늦은 기차를 타게 되었다.

이사람 저사람에게 길을 묻다가 느끼는 것은 내 불어실력이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하진 못했어도 배우기 시작한지 2년인데 아직도 길 하나 묻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Vous parlez Anglais? 라고 묻는 상황은 정말이지 굴욕적이다ㅠㅠ


TGV에선 2시간 내내 쪽잠을 자며 왔다. 혹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칠까 중간중간 억지로 눈을 뜨면서.

리옹 Part Dieu 역에 내리니 저녁 7시가 약간 넘은 시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해가 일찍 져 밖이 깜깜하다.

미리 예약해둔 역 근처 ibis 호텔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캡쳐해둔 구글지도 상에서는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 

그렇지만 내게는 이민가방과 캐리어가 있다는 것 ㅎㅎㅎ

길도 두 가지 중에 더 울퉁불퉁한 곳을 골라서 호텔을 찾아가는 데 30분 가까이 걸렸다.

온 몸은 땀범벅, 그리고 양 손바닥은 빨갛게 까지고 말았다. 





또 한번 서러웠던 일은, 드디어 호텔에 도착해서 예약을 확인하는데,

프론트 직원이 내 예약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캡쳐해온 예약확인창과 번호, 내 영문이름까지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n 뿐.

와이파이를 연결해 결제 당시 왔던 예약확인 메일을 보여주었다.

메일을 보기도 전에 자기는 중국어를 모른다며 불어로 된 텍스트를 요구한다 ㅎㅎ Je suis Coréenne ㅎㅎ.....

확인 매일 하단에 7만 얼마의 원화가 적힌 걸 보고 유로로 환산하면 얼마쯤이냐고 묻더니,
그럼 그 돈을 지금 현금으로 달란다.

저 금액은 네가 내야 할 돈이며, 네가 한 것은 결제완료가 아니라 단순 예약이라는 것.

너무나도 당당히 말하기에 그러마 하고 현금을 꺼낼 뻔 했는데, 분명 나는 한국에서 엄마의 비자 카드로 예약을 했고, 결제 확인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도 확인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침묵하다가 다행히 메일 상에 '귀하는 모든 결제를 마치셨고, 호텔에 찾아가 묵기만 하면 된다'는 불어 메시지를 찾았고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잠시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열쇠를 주고는 2층으로 올라가란다.

잠시만... 나 리옹에서 눈뜨고 코 베일 뻔한건가.

무거운 이민가방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이제 정신 바짝 차리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 생각도 나고.. 

누가 들으면 몇 년 장기유학 온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하다고 하겠지만,그만큼 혼자가 된 게 실감이 났고,
언어의 장벽이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너무 배가 고팠고 살려면 먹어야 하기에ㅎㅎ

얼른 땀범벅된 몸을 깨끗이 씻고 밖으로 나갔다. 

늦은시간이라 웬만한 식당들이 다 닫아서 구경도 할겸 역 근처 carrefour로 향했다. 

마감이 9시인데 8시 45분에 들어가는 바람에 고를 새도 없이 스시롤, 요거트, 바나나, 바게뜨, 생수를 담아서 계산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겁이 났다.

한국에선 새벽 1, 2시에도 혜화동 일대를 잘 쏘다니던 난데...

환경이 바뀐 만큼 조심하고, 내 몸 내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방에 들어와 스시롤과 요거트, 바나나를 흡입하고 얼른 한국시간으로 토요일 밤에 방송한 지니어스를 시청.

그리고 건강이 나빠짐을 느끼다.....ㅎㅎ 본격 발암방송..

고작 하루도 안 된 시간이었지만 그리운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행복했고,  곧 잠이 들었다.




묵었던 ibis 호텔. 제일 저렴한 일반실이어서 그런지 조그맣고 샴푸, 로션이 따로 구비돼있지 않았다.

침대가 넓어서 좋았다.



다음 날, 그르노블 가는 1시 14분 기차를 어제 미리 예약해 두었다.

잠결에 어제 사둔 아침거리를 먹고,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10시 반이 되도록 침대에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체크아웃 시간은 12시. 그 쯔음 호텔을 출발해서 다시 지옥의 이민가방 끌기가 시작되었다 ㅎㅎ

한국갈땐 캐리어 하나 사고 이거 버리고 가야지 ㅎㅎㅎㅎㅎ찢어버려 ㅎㅎ


호텔직원은 마지막까지... 나가는 나를 붙잡고 2유로 상당의 알 수 없는 세금을 내라고 하더니

20유로 짜리 지폐와 동전 몇 개를 내밀자, 귀찮다는 듯이 안 내도 된단다. 휴....

억울하거나 찝찝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불어 실력을 업업! 시켜야 할 것 같다. 




리옹 파흐듀 기차역.


역에 도착해서 생각난 것은... 내가 한국에 증명사진을 두고 왔다는 것...

전날 딴데 신경쓰느라 check-list를 다시한번 확인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고 당장 쓸 일이 무척 많은데 바보같이ㅠㅠ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이 필요하므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photomaton에서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고, 영화 아멜리에에서 나온 그 기계. 가격은 5장에 5유로.

어찌어찌 시키는대로 머리를 넘기고 악세서리를 제거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거 너무 엄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금 내 적나라한 생김새를 맞닥뜨리며.. 새로운 경험을 한 순간이었다 ^.ㅠ



무시무시하게 사실적임...ㅎㅎ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려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같은 학교 가는 친구 중 한 명이 서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반가움에 우리는 1시간 반 내내 기차 안에서 수다를 떨며 그르노블에 도착했다.

그르노블 역에 내려, 1년간 할인된 가격으로 기차여행을 하게 해주는 Carte Jeune을 50유로를 내고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증명사진이 쓰이는 걸 보고 아까 찍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ㅎㅎ



그르노블의 주 대중교통수단은 트램이다. 노선도 여러 개고, 배차간격도 적당하고 시설이 깔끔해서 좋다.

1 voyage 티켓은 1.6유로.

기숙사에 오려면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환승하는 것에 상관 없이 1시간 안에 이용한다면 1.6유로라고 한다.

다음 달에 한달 자유탑승카드를 구매할 예정!



그르노블 트램 노선도. ABCD 총 4라인이 있다.



트램 내부. 쾌적하다.



트램 안에서 내다보는 그르노블은 참 근사했다.

시내와 구시가지에는 멋지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았고, 도시를 관통하는 이제르 강과 저 멀리 바스티유 요새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보였다.

시내를 조금 지나 대학 캠퍼스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넓은 풀밭과 이국적인 나무들, 그리고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사방에 높은 산들이 있어 전체적으로 지대가 낮은 파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산 꼭대기에 흰 눈이 쌓여있는 풍경도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드디어 실감나는 순간!




기숙사에 도착해 입사 절차를 밟고, 방을 찾아 들어왔다. 내일 아침 sécretariat 에 가서 처리할 일이 아직 남았다!! 

방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화장실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침대 사이즈도 아담하니 적당하고,

무엇보다 방의 모서리 공간을 사용한, 삼각형 꼴의 책상이 무척 맘에 들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방이 0층인데다 내 방 창문은 큰 길이 아닌 캠퍼스 내부를 향하고 있어 풍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마저 반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이 가리고 있는 바람에 더 아쉬웠다.

친구 방은 창문이 반대쪽이라 큰 길과 산이 내다보여서 부러웠다. 

그래도, 앞으로 5개월 간 함께 할 내 방! 참 맘에 든다. 깨끗하게 사용하고 아껴주겠어!!


학교에서 ID를 받기 전까지는 기숙사 wifi를 이용할 수가 없다. 맥도날드에 가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해질녘 친구와 느릿느릿 걸어가 보았다. 그르노블에서의 첫 끼는 세계인의 음식 맥도날드!

미국에서 먹었던 맥랩이 크고 맛있던 것이 생각나 주문했는데 역시! 커피와 함께 든든한 한 끼였다.

다만 음식이 짠 편이라 물을 찾게 되는데 물이 없어서 기숙사에 돌아와 석회수가 든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했다.

내일은 월요일이니 주변 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 장 볼 예정!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담아 온 노래를 듣다가, 친구 놋북에서 받은 별그대를 4회까지 다 보고(결국ㅋㅋㅋㅋㅋㅋㅋㅋ)

밤을 꼴딱 샜는데도 잠이 안 와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현재시각 새벽 5시 5분.. 자야 오늘 여기 저기 돌아다닐텐데...

대충 정리한 듯 하니 이제 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