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noble, France

문득 떠난다고 생각하니

꿀꿀벌 2014. 5. 12. 10:23


이제 돌아갈 날도 얼마 안남았다.

저녁먹고 수다 겸 과제하러 친구들이 있는 맥도날드로 가는 길

오늘은 비도 왔고 평소보다 흐린 날이었는데 유난히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이 낮다 는 표현을 써야할까? 참 낮고도 넓은 하늘이다.

초록색 산, 그 위에 얹어진 흰색 구름, 그 위에 파아란 하늘. 삼위일체가 따로 없다.

반 년 가까이 이런 하늘에 익숙해졌는데, 돌아가면 그립겠지?


어쩌면 사는 동안 다시 오지 못할 곳이라 생각하니 지금이 참 소중하다.

내 좁은 방의 한 칸짜리 침대, 돌돌돌 막대기를 돌려 여는 블라인드, 문짝이 고장나 덜컹거리는 옷장, 작지만 수압이 좋은 샤워기.

조용히 방에 있으면 밖에서 들려오는 트램 종소리

기숙사 accueil 근처에 서식하는 눈이 큼지막한 고양이

바람만 불었다하면 흩날리는 홀씨들 (에취>.<)

내 발이 되어준 노란자전거

함께 동고동락한 예쁜 친구들

심지어는 은행 아줌마까지도...... 그리울 것 같다

다시 한국생활에 적응해 정신없이 살다가, 가끔 떠올라 미소짓게 하는 소중한 추억이 될듯!


예전에 '모든 것에 지나치게 의미부여한다'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아닌 듯 내색해도 내 눈에 담았던 것들, 내 손에 들어왔던 것들과 이별하는 순간은 항상 슬프다.

이 세상에서 나란 사람은 아주 작은 존재인데 살아가는 동안 내 영향권을 벗어나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한 때 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헤어짐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나보다. 새삼 무소유의 정신이!


그니까 이런 중2 감성의 글은 나중에 일기에 쓰고, 얼른 과제를 하자

과제하려고 앉으면 모든게 다 재밌당